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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들의 고향 페노브스콧강
비지댐 장벽탓 회귀 매년 급감
전력회사와 합의, 철거 들어가

지난 8월30일 오전 미국 북동부 메인주 페노브스콧강 하류. 에딩턴과 비지 사이 너비 300여m의 강에 가로놓인 비지댐의 헐려나간 한 귀퉁이로 강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55㎞만 더 내려가면 대서양 메인만이다. 페노브스콧강 강물이 중하류 구간에서 어떤 인공 구조물에도 방해받지 않고 대서양과 만날 수 있게 물꼬가 터진 것은 지난 7월22일, 근 2세기 만의 일이다.

메인주 중북부 호수 지대에서 발원하는 페노브스콧강은 메인주에서는 가장 큰 강이다. 미국에서 대서양연어가 가장 많이 올라오는 강이기도 하다. 한국의 4대강과 비교하면, 본류 길이는 금강과 영산강의 중간 정도인 175㎞이지만 유역면적은 2만2300㎢로 낙동강과 맞먹는다.

이 강은 1820년대 초반까지 한 해에 5만~7만마리씩 찾아오던 대서양연어의 고향이자, 수천년 동안 이들을 잡으며 살아온 페노브스콧 인디언의 고향이다. 대서양연어들은 매년 봄 알 낳을 곳을 찾아 페노브스콧강 상류의 맑고 차가운 여울로 거슬러 오르곤 했다. 이들 앞에 1820년대 중반부터 장애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 중하류의 제재소, 가죽공장 등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댐들이었다.

지난 7월22일부터 철거되고 있는 비지댐은 1830년대에 돌과 나무로 강을 비스듬하게 막은 옛 비지댐 바로 아래에 1912년 완공된 콘크리트댐이다.

오거스타·뱅고어/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댐 한귀퉁이만 허물어도…강의 표정이 다채로워졌다

조개들아 이사가자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 자원봉사자들이 지난해 8월 철거가 진행중인 그레이트워크스댐 상류에서 급격한 수위 저하로 물 밖에 드러날 위험에 놓인 조개류 등 이동성이 떨어지는 생물들을 구조해 물 안쪽으로 옮겨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 제공

길이 327m, 높이 6m 규모로, 길이로는 낙동강의 합천창녕보(323m)와 비슷하고 높이로는 한강의 이포보와 같다. 발전용량 8.4㎿의 이 수력발전댐은 1998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로부터 30~50년 기한의 발전면허를 갱신받았다. 구조물의 안전 문제가 철거 이유는 아니란 이야기다.

비지댐은 메인만에서 올라오는 연어들이 만나는 첫번째 장벽이다. 이 댐에 상류로 올라가려는 물고기들을 위한 어도는 있다. 하지만 먼 귀향길에 지친 물고기들에게는 좁은 어도도 쉽지 않은 장애물이다. 어도를 통과한 연어들 앞에는 또다른 난관이 기다렸다. 연어가 성공적인 수정을 마치기 위해선 댐 때문에 갑자기 높아진 수온, 악화된 수질, 급류로 치달리는 본능에 어색한 정체된 물 흐름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물에 잠겨 사라진 옛 산란지를 대신할 곳을 찾아내야 했다.

올해 비지댐까지 올라온 것으로 확인된 연어는 372마리다. 2011년에는 3000여마리, 지난해는 600마리로 해마다 줄고 있다. 그럼에도 페노브스콧강이 미국 최대의 대서양연어 회귀 하천일 수 있는 것은 증식사업의 효과다. 비지댐에서 만난 메인주 해양자원부의 연어증식 프로그램 담당 과학자 올리버 콕스는 “매년 비지댐까지 올라오는 연어의 90~95%는 우리가 방류한 연어들”이라고 말했다. 강과 바다를 오가는 소하성 어종 가운데 에일와이프나 블루백헤링과 같은 청어류, 장어류, 철갑상어류 등은 그런 연어를 부러워해야 할 처지다. 댐에 설치된 어도는 대부분 인기 어종인 연어에 맞춰 설계돼, 도약 능력이 떨어지는 다른 물고기들에게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대형 바닷물고기들의 주요 먹잇감인 에일와이프가 산란지인 지천의 호수들로 올라갈 수 없게 된 것은 메인주의 수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 메인주 자연자원협의회의 선임 과학자인 닉 베넷은 “댐으로 강과 바다의 연결을 차단해버린 것이 남획과 함께 바다 수자원 고갈의 주요 원인이다. 사람들은 강으로 올라오는 물고기가 사라지는 것을 알았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이 둘을 연결해 볼 생각은 오랫동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세기 가까이 사실상 끊어져 있던 페노브스콧강과 대서양을 다시 연결하는 ‘페노브스콧강 복원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이 비지댐 철거다. 환경단체들이 중심이 된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는 비지댐에서 14㎞ 상류에 있던 그레이트워크스댐은 지난해 이미 철거했다. 비지댐만 사라지면 소하성 어류들은 강어귀에서 그레이트워크스댐 위의 밀퍼드댐까지 73㎞ 구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8월30일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의 로라 로즈 데이 집행이사의 안내로 찾아간 비지댐은 수력발전 터빈이 설치돼 있던 측면 구조물 위쪽과 물고기 이동통로 일부만 헐린 상태였다. 철거가 시작된 지 한 달 이상 지난 것치고는 작업 진척이 의외로 늦어 보인 이유는 현장이 말해주고 있었다. 현장에서 움직이는 중장비는 불도저 한 대와 굴착기 두 대, 가끔 오가는 트럭들이 전부였다. 이들은 댐 바로 위에 커다란 돌들을 쏟아부어 임시물막이(가물막이)를 만들고 있었다. 가물막이로 댐의 물을 밀어낸 뒤, 댐 아래쪽 임시 작업도로로 굴착기를 들여보내 댐을 조금씩 깨내려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철거 작업을 끝낼 예정”이라는 데이 집행이사에게 ‘폭파 방식을 병행하면 더 일찍 끝낼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생태계에 대한 악영향 때문에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폭파 방식은 댐 주변 생물들의 생명을 직접 위협할 뿐 아니라, 댐 상류의 수위를 갑자기 낮춰 조개와 같이 이동성이 떨어지는 생물들이 물 밖에 노출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철거는 자원봉사자들이 댐 상류지역 강변을 돌아다니며 물 밖에 노출될 처지인 조개류를 안전한 곳에 옮겨주는 구조 활동과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여기에 철거가 댐 주변 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소음 측정과 물속 음파 측정 같은 조사까지 병행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댐 철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프로젝트 시행 전후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모니터링은 이미 2009년부터 시작됐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기관 등의 연구진들은 페노브스콧강의 물고기, 곤충, 새, 포유동물은 물론 수질과 지형, 강과 바다 사이의 영양물질 전달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페노브스콧강 복원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유지하며 살 권리를 되찾으려는 페노브스콧 인디언들의 법적 투쟁에서 출발했다. 페노브스콧강 가운데의 인디언섬을 비롯한 220여개의 크고 작은 하중도 보호구역에 사는 이들에게 강 연어잡이는 전통문화이자 연방법에 보장된 권리다. 이런 권리는 댐들 때문에 충족될 수 없었다. 인디언 부족은 환경보전 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 주장했다. 환경단체가 함께한 것은 인디언 부족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페노브스콧강을 바다를 향해 열린 강으로 복원하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의 권리 회복에서 출발한 논의가 페노브스콧강 중하류 전 유역을 통합한 강 복원 프로젝트로 발전한 것은 1999~2000년 사이 페노브스콧강 중하류 모든 댐들의 소유권이 피피엘이라는 전력회사에 집중된 것이 계기가 됐다. 댐별로 발전량과 발전 위치를 조정할 여유를 갖게 된 피피엘은 페노브스콧 인디언 부족 및 환경단체들과 4년간의 긴 논의 끝에 2004년 6월 페노브스콧강 복원을 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비지댐 철거 전 지난 7월22일 철거 공사에 들어가기 전의 미국 메인주 페노브스콧강 하류 비지댐과 주변의 모습.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 제공
철거중인 비지댐 지난 8월30일 오전 미국 메인주 페노브스콧강 하류 비지댐에서 굴착기, 불도저 등이 댐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운데 보이는 부서진 상자 모양 구조물은 물고기길이다. 뱅고어/김정수 선임기자

폭파 않고 조금씩 깨내기
조개류 안전한 곳에 옮겨주고
물고기 이동 ‘최신형 승강기’ 예정
모래톱·여울·소 등 다시 생겨
복원으로 생태관광 활성화 기대

케네벡강 댐 철거가 교훈
생물 다양성·수질 개선 큰 효과
‘미국의 상징’ 흰머리수리
다시 불러오는데 한몫

합의문에서 피피엘은 페노브스콧 인디언 조직인 페노브스콧네이션과 아메리칸리버스 등 6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에 비지댐과 그레이트워크스댐, 하울런드댐 등 3개 수력발전댐을 구매해 철거하거나 발전시설을 폐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 환경단체들은 대신 피피엘이 댐 철거로 줄어드는 발전량을 다른 6개 댐에서 발전시설을 증설해 벌충하는 것을 양해하기로 했다. 또 피피엘은 그레이트워크스댐이 철거될 경우 강 하구에서 첫번째 댐이 되는 밀퍼드댐에는 물고기들을 위한 승강기형 어도까지 설치하기로 약속했다.

트러스트는 2004년부터 댐 구입비와 철거비를 포함한 프로젝트 사업비 6200만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기금 모금에 들어가 현재까지 6000만달러를 확보해놓은 상태다. 기금은 국립해양대기국(NOAA), 어류야생동물청(FWS) 등 공공기관의 자금 지원과 민간 재단, 개인 등의 기부를 통해 절반씩 마련됐다. 이 기금 중 2400만달러로 2010년 12월 피피엘로부터 비지댐을 포함한 3개 댐을 사들이고, 2012년 6월 마침내 그레이트워크스댐에서 첫 댐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로라 로즈 데이 집행이사는 “비지댐이 철거되고 지류들의 어도 개량까지 모두 끝나면 대서양연어의 서식지가 거의 1000마일(1600㎞) 길이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인주 해양자원부의 올리버 콕스는 “바다에서의 여건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페노브스콧강 복원 프로젝트에 의한 강 환경의 개선만으로도 페노브스콧강으로 올라오는 대서양연어는 1만2000~1만3000마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댐들을 철거하는 것은 강물을 막힘없이 흐르게 하는 공사만이 아니다. 호수처럼 변화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표정한 강을 여울과 모래톱을 갖추고 하얀 거품 부서지는 소리 들리는 변화무쌍한 강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 사실을 그레이트워크스 댐이 있던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갇힌 물로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했을 옛 댐 자리 바로 위에서 강물은 새롭게 나타난 바위와 돌들에 부딪히며 거칠게 흐르고 있었다. 오염된 퇴적물로 덮여 있었을 강바닥과 강변에는 자갈밭과 모래톱들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말까지 길이 435m, 높이 6m의 수력발전댐이 버티고 서 있던 곳이라고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강의 표정이 다채로워질수록 강은 더 많은 종류의 생명들을 부양할 수 있다. 물속에서 드러난 바위들과 새로 만들어지는 여울, 소, 모래톱 등은 제 특성대로 물고기는 물론 다양한 곤충들의 서식을 돕는다. 늘어난 곤충과 물고기들은 이들을 먹이로 삼는 물총새와 물수리 등의 새들과 수달 등의 포유류를 불러모은다. 이런 과정이 페노브스콧강과 연결된 메인만 바다 생태계 전반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설명이었다.

국제 환경단체인 네이처 컨서번시의 메인 지역 보전기획자인 조슈아 로이트는 “비지댐이 철거되면 페노브스콧강과 메인만에는 에일와이프와 같은 소하성 물고기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며 “그들을 통해 바다와 강 사이에 운반되는 영양물질들은 메인만 생태계 전체와 인간에게까지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페노브스콧강 복원 프로젝트는 강의 수질 개선뿐 아니라 강 주변에 미국의 상징인 흰머리수리들을 불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지 환경단체 사람들의 이런 기대는 페노브스콧강 서쪽의 케네벡강 복원을 통해서 얻은 경험에 근거한다. 케네벡강에서는 1999년 하구에서 64㎞ 상류에 있던 에드워즈댐이 철거됐다.

철거가 가져온 변화는 놀라웠다. 에일와이프와 같은 소하성 물고기가 급증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흰머리수리가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흔히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바다에 사는 잔점박이물범들이 먹잇감인 물고기들을 따라 강 중류까지 올라온 경우까지 관찰됐다.

메인주 자연자원협의회의 닉 베넷은 “에드워즈댐 철거로 강의 생물량과 다양성은 극적으로 변화했고, 철거 1년도 안 돼 케네벡강의 수질이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라갔다”고 소개했다. 메인주 자연보호회의 샐리 스톡웰 보전이사는 “바다에서 올라오는 물고기에는 강이나 호수에만 사는 물고기에 비해 흰머리수리 감소의 주요인이었던 디디티(DDT)나 피시비(PCB) 같은 환경호르몬이 덜 함유돼 있다. 케네벡강 복원이 메인주의 흰머리수리 서식 여건을 개선시킨 것과 같은 효과가 페노브스콧강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노브스콧강 복원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대서양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1985년 이후로 부족의 전통 의식에 쓰기 위한 연어 잡이까지 포기한 페노브스콧 인디언들이다. 이들은 페노브스콧강 복원이 끊어진 전통을 다시 이어줄 뿐 아니라, 생태와 문화 관광 수요를 늘려 새로운 경제적 기회도 열어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난 7월 철거 시작 이후 이날로 두번째 철거 현장을 둘러본다는 페노브스콧 인디언 추장 커크 프랜시스는 부서진 댐 귀퉁이로 쏟아져 내리는 강물을 보며 “우리 부족에게 페노브스콧강 복원은 강을 신성한 장소로 되돌리는 의미가 있다. 그레이트워크스에 이어 비지댐까지 철거되기 시작하면서 곧 연어잡이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새로 창을 만드는 부족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뱅고어/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한겨례신문  원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05994.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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