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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열이 많은 물고기? 열목어의 위기

2013.07.19 09:43

KSPS 조회 수:3149

[SBS취재파일]

 

오대산 열목어가 급감한 이유

 

열목어의 한자는 “熱目魚”다. 눈에 열이 많다고 붙여진 이름. 그러나 오해라고 한다. 열목어는 실상 변온동물인 어류라서 눈에 열이 많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열목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저 사람들의 상상 때문이다. 열목어의 눈은 보기에 따라 조금 붉게 보이기도 하는데다 아주 차가운 계곡에서만 살기 때문에 “눈에 열이 많아서 그걸 식히려고 차디찬 계곡만 찾아다닌다.”고 생각해 “열목어”란 이름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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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야 어찌됐든 열목어가 여느 물고기보다 훨씬 더 차가운 계곡물에서만 사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것도 한여름 수온이 20도를 넘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이 외에도 열목어의 서식 조건은 까다로운 편인데 몸길이가 30cm 안팎에서 최대 70- 80cm 가까이 거대하게 자라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큰 바위와 돌이 있어야 하고, 수량도 충분해야 한다. 알을 낳기 위해서는 물살이 느리고 자갈이 깔려있는 여울도 꼭 필요하고 계곡물의 용존산소량도 9ppm을 넘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열목어는 한반도를 기준으로 남쪽보다는 북쪽에, 하천의 하류 보다는 상류 계곡에서 주로 살아남았다. 남한으로만 놓고 볼 때 조선 중기까지는 남한강 수계의 중류인 강원도 영월, 원주, 횡성과 북한강 수계인 춘천, 낙동강 수계인 봉화 일원에 분포했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적혀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산업화에 따른 강과 하천의 훼손과 오염으로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 지금은 강원과 경북 일부 산간 계곡에만 조금씩 흩어져 살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남쪽 서식지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일대와 남한강 수계 최상류인 강원 정선군 정암사 일대는 천연기념물(각각 제75호, 제73호)로 지정돼 있고, 그 밖의 지역에 사는 열목어는 지난해부터 멸종위기 야생동물 2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 계곡도 아주 오래전부터 열목어가 많기로 유명했다. 특히 월정사 옆에 위치한 “금강연”이라는 곳에는 열목어가 아주 많았는데 조선 초기에 씌어진 [동국여지승람]에 이런 사실이 기록돼 있다.

 

“봄이 되면 수백, 수천의 열목어가 떼를 지어 올라온다. 이곳에 오면 빙빙 돌면서 물소리를 내면서 소란을 피우다가 가파른 낭떠러지를 오르려고 애를 쓴다.” - 동국여지승람 -

 

월정사에도 열목어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오대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보호받기 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수시로 계곡에서 야생동물과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월정사 스님들이 금강연 바위에 걸터앉아 열목어를 지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던 열목어가 최근 급격히 줄었다. 물론 인간에 의해 몰래 포획된 개체수도 많았겠지만 최근 10여년 사이 급격히 벌어진 일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오대산사무소가 강원대 어류연구센터에 의뢰해 2005년부터 조사한 결과 열목어 개체수가 해마다 눈에 띄게 감소했다. 월정사 인근의 또 다른 계곡에서는 지난해 1마리의 열목어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산천어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가 10km가 넘는 이 계곡에서 4,500마리에서 최대 7,000마리의 산천어가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 많던 열목어가 다 어디로 간 걸까? 바로 산천어에 밀려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열목어와 산천어는 비슷한 생김새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연어과의 물고기이다. 육식성인데다 물이 아주 찬 곳을 좋아하는 습성도 똑같다. 크기도 아주 커서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둘은 자연 상태에서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이이다. 열목어는 서해, 남해로 흐르는 하천인 남한강, 북한강, 낙동강 수계에서 산다면 산천어는 백두대간의 우측으로 흐르는 동해안 하천, 그 것도 강원도 이북의 하천에만 살던 물고기이다. 그렇다면 이런 산천어가 어떻게 남한강 수계인 오대산 월정사 계곡까지 퍼진 것일까?

산천어의 또 다른 공식 이름은 “송어”이다. 동해안 하천에서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연어과의 물고기 가운데 하나인 시마연어, 즉 송어 말이다. 송어 가운데서 바다로 나가지 않고 하천에만 머무르는 무리가 있는데 이게 산천어이고 바다로 나갔다가 1년 만에 다시 하천으로 돌아오는 무리는 송어가 된다. 산천어가 대부분 수컷이라면 송어는 암컷이 많다. 둘 모두 사실은 하나의 종(種)이기 때문에 당연히 짝짓기가 가능하다. 이 송어(시마연어)는 옛날부터 육질이 좋아 고급 어종으로 대접받았지만 최근에는 자연 상태에서 하천으로 돌아오는 송어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천이 훼손되고 오염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송어는 매년 봄철을 전후해서 동해안 북쪽 바다에서 소량으로만 잡힐 뿐이다.

 

사람들은 대신 산천어를 대량으로 양식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양식장에서 산천어 치어를 대량으로 생산해 전국의 수많은 하천에 방류했다. 영동과 영서 하천 수계의 구분 없이, 하천이나 계곡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큰 고민도 없이 말이다. 막연히 ‘산천어가 토종 어류이니까 별 문제 없겠지’하는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인간에 의한 간섭이었고 생태계 교란의 시작이었다.

 

평창군이 하천의 어족 자원을 늘리겠다며 산천어 치어를 월정사 계곡에 대량 방류한 건 지난 2000년과 2001년이었다. 각각 10만 마리와 5만 마리의 치어를 방류했는데 산천어는 개체 수에서 열목어를 압도하면서 차츰 이 계곡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 잡았다. 열목어는 생존경쟁에서 밀리면서 개체수가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창군은 이밖에도 여러 하천에 산천어를 방류했는데 비단 평창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열목어의 앞날은 어둡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극한 생존환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보다 서식지는 더 위축돼 고지대 일부 상류만으로 국한될 것이다. 환경 훼손과 오염까지 가해져 전례 없는 가혹한 환경에 내쳐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오대산 월정사 계곡은 열목어에게 절대적으로 소중한 공간이다. 환경이 잘 보존되고 수량이 풍부한 남한에서 몇 안남은 계곡 가운데 하나이다. 국립공원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열목어 복원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산천어를 구제하고 열목어 방류를 늘리겠다는 구상인데 적극적인 시행이 시급해 보인다. SBS 조재근 기자 최종편집 : 2013-05-13 17:09